본지는 故 한경직 목사님의 생전 설교 전문을, 한경직목사기념사업회 제공으로 매주 한 차례, 소개합니다. 한 목사님은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목회자'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고인의 생전 설교가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오늘날 한국교회에 생생히 울려퍼지길 바랍니다.
마가복음 12:28~34
1947년 학생 수양회 건국과 기독교
현대문명의 연원(沿源)을 나열하면, (1) 황하 연변에서 일어난 중국 문명 (2) 나일강을 중심으로 하여 일어난 애굽 문명 (3) 인더스강을 중심으로 하여 일어난 인도 문명 (4) 유프라테스강 부근에서 일어난 바벨론 문명 (5) 중앙아메리카에서 일어난 중앙아메리카 문명 등입니다. 그 후 동양에서는 동양 문명의 주류가 중국에서 발달되고, 한 지류는 고구려 문명, 신라 문명이 되어 일본 문명까지 형성되고, 또 한 지류는 인도 문명이 되었습니다.
서양에서는 애굽, 바벨론 문명으로 시작하여 히브리 문명, 헬라 문명, 로마 문명 등이 각각 발달되어 오다가 기독교라는 종교 안에 흡수 동화되어 만족(蠻族)을 개화시키는 중고시대(중세시대)를 거쳐 14, 15세기에 이태리를 중심으로 문예부흥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16세기에는 독일을 중심으로 하여 종교개혁 운동이 일어났고, 과학의 급속한 발달로 신발명, 신발견이 많았는데, 특히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되어서 이 때부터 구미 문명이 시작되었고, 18세기에는 영국을 중심으로 하여 산업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이리하여 구미 문명의 성격을 이루었고, 그 후 구미 문명은 점차 태평양을 건너서 동양 문명과 교류하게 되는 동시에 세계적인 현대문명이란 이름을 띄게 된 것입니다.
현대문명(구미 문명)은 특히 기독교 문명이라는 별명이 있는데, 그 이유는 헬라의 철학, 과학, 예술, 또는 로마의 법률, 질서, 의무 등이 기독교 신앙을 기초로 한 윤리적 원리에 동화된 문명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문명에 몸과 혼이 있다고 하면 헬라, 로마의 몸에 기독교의 혼이 들어간 문 명입니다.
그 다음으로 민주주의 문명이란 별명이 있으니 그 이유는 그 혼이 된 기독교 신앙을 기초로 한 윤리적 원리는 곧 민주주의의 기본 사상인 까닭입니다. 요약하여 설명하면, 태초에 하나님이 한 인간을 창조하였으니 인간은 다 한 형제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대문명은 사해 형제주의, 평화주의, 또한 다 같이 하나님의 자녀라는 원리에서 평등주의입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지으시되 자기의 형상대로 지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이렇게 귀하게 지으셨기 때문에 이를 구속하기 위하여 독생자를 주시기까지 사랑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인격 존중주의가 육성된 것입니다. 즉 사람은 누구나 자유가 있다는 사상인데, 이상의 이념의 총칭을 보통 민주주의 사상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문명을 때로는 민주주의 문명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현대문명의 특색은 기독교 신앙을 기초로 한 민주주의 혼에 과학과 예술의 몸이 발달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이 문제에 대한 도전(挑戰) 내지 파괴 작용을 일으키는 사상들이 있으니 (1) 힘의 문화(Power Culture)입니다. 독일, 이태리, 러시아 등의 문화사상은 폭력의 문화사상입니다. 그 핵심은 현대문명 가운데서 기독교 혼을 뽑아 버리고, 물질적 과학 문명에다 독일에서는 민주사상 대신에 폭력 지상주의를 세웠습니다. 그 대제사장은 니체, 비스마르크요, 그 실천자는 카이젤이요, 히틀러였습니다. 또한 그 문화의 원리는 의(義)보다 력(力)(윤리 배척), 우수한 자에게 다스릴 권리가 있다는 것(평등 배척), 국가에 대한 절대복종(자유 배척)입니다.
일본에서는 물질문명과 과학문명에다가 일본 정신을 혼으로 하였습니다. 일본 민족 지상주의가 이것인 바, 그 결과가 얼마나 비참하였는가는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러시아는 어떠하냐 하면 프롤레타리아 계급 지상주의를 그 제단에 모시었습니다. 과학의 몸에다가 지상 계급주의, 독재주의, 유물주의, 군국주의를 세우는 것입니다. 만일 이 '힘의 문명'이 득승(得勝)하게 된다면 세계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원자탄이 소련에게 가면 다른 계급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도덕이 없는 힘을 혼으로 하는 문명의 분위기 내에서 자연 과학이 정상적으로 발달할 수 있을까요? 일시적으로는 발달할 수가 있지만 결국은 퇴보하고 말 것입니다. 왜 그런고 하니 과학 발달에 기초적 조건이 세 가지 있는데, '연구와 탐구의 완전한 자유', '과학의 전체적 신앙', '과학자의 품격' 이것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힘의 문명은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민족 또는 계급 관계로 과학자를 구속하거나 학술의 지력적 자유(Academic Freedom)를 분리하면 어떻게 과학이 잘 발달할 수가 있겠습니까? 예컨대 현대과학의 거두 아인슈타인이 독일에서 쫓겨났고 비행기의 대가 세벨스키가 소련에서 쫓겨났으니, 이러한 폭력은 과학자의 정신을 질식케 합니다.
과학자는 우주의 통일성을 믿습니다. 지구성(地球星)에 응용하는 자연 법칙은 다른 천체에도 응용된다는 것을 전체적으로 믿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과학자는 객관적인 진리성을 믿습니다. 그러나 우주의 통일성이나 객관적 진리성을 유물론적 견해나 무신론으로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고 기독교 우주관에서만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힘의 문화 지배 하에서 진정한 과학자로서의 품격을 가진 과학자가 나타날 수 있을까요? 도저히 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지나간 50년 역사 가운데 과학이 가장 발달된 때는 기독교적 윤리사상이 사회문명의 중심이 되어 진리에 대한 열애와 정직이 폭발된 때입니다. 그러므로 그러한 사회에서 과학이 발달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자유의 밭에서만 과학이라는 풀이 자랄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기독교는 과학의 풀이 자라기에 가장 좋은 온상입니다. 그렇다면 반(反)기독교적 사회에서 과학의 발달이 저지될 것은 확연한 일입니다. 백보를 양보하여 그러한 사회에서 발달한다고 가정합시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과학은 불(火)과 같아서 유익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화가 될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현대문명에 대한 과학적 작용의 경향이 또 하나 있으니 곧 이 문명의 혼인 윤리 사상만은 붙잡되, 그 원리의 기초인 기독교 신앙을 태만하거나 무시하는 태도입니다. 이는 소위 인본주의(Humanism)로 나타나는 사상의 특색입니다. 신앙은 부인하나 그 윤리만은 잘 지키면 되고, 사해 동포주의, 기타 민주주의 사상으로 교육만 잘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영미 사조 가운데 이러한 경향이 많이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건국에 있어서는 대부분의 우익 애국자의 사상이 여기 속합니다. 저들은 흔히 민주주의 사상을 신봉하지만, 그 사상을 기르는 교회는 별 필요를 느끼지 않고 신앙을 무시합니다. 이 인본주의 사상은 일견 좋은 듯하지만, 대단히 위험한 사상입니다. 이 사상은 어떠한 강력한 사조와 부딪힐 때에는 약점이 드러납니다. 윤리적 교훈만으로는 약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선한 사람이 어떻게 강제적으로 선할 수가 있겠는가 하면 그것은 종교적 신앙이 그 안에서 강하고 뜨겁게 부딪힐 때에만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윤리적 원리에 종교적 신앙이 있을 때에 힘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예수와 공자(孔子)는 다릅니다. 예수는 다만 한 윤리적 교사가 아닙니다. 예수는 능력을 주십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명령을 깨달을 때에 신앙의 소유자는 전 생명을 거기에 바치는 것입니다.
사실 인본주의가 무력하기 때문에 힘의 문화, 마르크스주의가 대두한 것입니다. 왜 우익은 약할까요? 윤리 없는 종교(마르크스주의)와 종교 없는 윤리(인본주의)가 싸우면 필연적으로 인본주의가 약하기 때문에 실패합니 다. 스탠포드 대학 교수 트루플러드의 말과 같이 청년에게 다만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고 하면 듣기는 잘 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너는 다른 민족보다 나은 민족이니 타민족을 정복하라. 저 부르조아 계급을 멸하고 노농국가를 만들자"고 하면 곧 나가 싸웁니다. 이는 마치 종교적 신앙은 뿌리요, 윤리는 줄기와 가지요, 문명의 혜택은 열매와 같은데, 뿌리를 약하게 하면 열매를 잘 맺지 못할 것입니다. 인본주의의 약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알버트 슈바이처, 벨디 등은 현대문명이 병든 것을 경고해 왔습니다. 이미 발달된 과학의 위력은 '불'이요, '검'입니다. 그러므로 이것을 다른 혼이 지배하면 인류는 파멸합니다.
역사적으로 보아 중고시대에는 혼에 중심을 두다가, 문예부흥 이후에 점점 육신 방면에 중심을 두더니, 현대에는 영을 아주 부인하는 극단이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은 영적 방면에 문명의 중심을 두어야 한다고 모든 지혜 있는 선현(先賢)들이 부르짖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역사 적으로 현대문명을 전망할 때 이제는 인류의 천재는 다 영적 운동으로 돌아 갈 때입니다. 모든 천재를 영적 방면에 바치고 교육을 종교화 하고 과학을 종교의 혼에서 발전케 하여야 하겠습니다. 대한의 문명은 과학의 몸에 기독교의 혼으로 창조해야 되겠습니다. 대한의 건국도 그렇습니다.
종교신문1위 크리스천투데이 기사 --> https://www.christiantoday.co.kr/news/327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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