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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테크닉

“세심한 설교 한 마디가 자살을 막습니다”

by 크리스천투데이 일본지사 2023.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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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사회적 질병’ 관점서 대책 주장하는 조성돈 교수

 

▲조성돈 교수는 “대부분 교회에서 한 명씩은 자살한 성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제 자살논의를 쉬쉬할 것이 아니라 터놓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몇 년 전 이은주, 유니, 정다빈 등에 이어 안재환, 장채원, 김지후, 최진실 등 유명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로 ‘베르테르 효과’의 확산이 우려되던 올해 10월, 교계에서는 자살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시작됐다. 그 물꼬를 튼 것은 한국사회 자살의 경향을 분석한 조성돈·정재영 교수(이하 실천신대)의 세번째 목회사회학연구신서 <그들의 자살, 그리고 우리(예영)> 출간이었다. 책의 맨 앞에는 ‘벼랑 끝에서 고민했을 그들과 보낸 이의 고통 중에 있을 유가족들에게 이 책을 드립니다’라고 써 있다.

 

이들은 지난달 7일 출간을 기념한 세미나에서 자살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자살에 관한 설교지침’을 발표하는 등 교회가 더 이상 자살을 방치해서는 안 되고, 이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특히 조성돈 교수는 “사망 원인 중 자살이 4위인 현실을 놓고 볼 때 더 이상 자살을 개인적 영역이 아닌 사회적 영역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자살을 ‘사회적 질병’으로 정의해 관심을 끌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자살에 대한 대책마련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조 교수를 그가 협동목사로 있는 신반포중앙교회(담임 김성봉 목사)에서 만났다.

 

자살은 사회적 질병이므로 사회적 대책 마련돼야

 

-왜 자살을 ‘사회적인 질병’으로 본 것인가.

 

“자살이 우울증 때문이라는 분석을 많이 한다. 목회사회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우울증의 원인은 무엇인가’에 주목하게 됐다. 배경이 있을 거라는 얘기다. 실제로 자살을 연구한 사회학자 뒤르켐도 ‘자살에는 일정한 경향이 있다’도 밝힌 바 있다.

이것을 잘못 이해했을 때 자살하는 사람들에게 면죄부가 된다거나,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에게 핑계거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이 없이는 대책도 나올 수 없다. 객관적으로 바라보자는 얘기다. 대책을 마련해서 더 이상의 자살을 예방해야 하고, 유가족들도 생각해야 한다.

 

자살률이 전체 사망원인 중 4위다. 사회적 질병이다. 자살을 마음먹은 사람들은 이미 아무 얘기도 들리지 않는다. 국가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때다. 이때까지 자살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했기 때문에 사회도 국가도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조류독감이 퍼지면 국가적으로 대책을 세우는 것처럼 그런 대책이 필요하다. 국가적으로 봐도 대책이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

 

-자살이 사회적 질병이라면, 최근 기독교인들의 자살이 유독 많아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기독교인들이 더 많이 자살하는 것은 아니다. 자살률 평균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뿐이다. 실제로 자살자가 아닌 자살충동자들을 조사해 보면 기독교인들이 평균보다 약간 낮다. 하지만 기독교인들의 경우 더 심한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하나님을 믿는데도 우울증이 걸린 것에 대해 자신이 버림받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뒤르켐이 당시 유럽에서 각 나라의 종교별 자살률을 조사했을 때 천주교가 가장 낮았고 개신교가 다소 높았다. 당시에는 천주교가 ‘사회적 통합’ 기능이 강하고 개신교는 개인적 성향이 강했던 때문인데, 현재 한국 상황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살문제만큼은 교회가 나설 수 있는 분야다. 기독교가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생명’에 대한 문제 아닌가. 자살문제가 사회적이고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하지만, 일정 부분을 교회가 맡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살은 사고사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고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용어가 적절하지 않다. 우연히 된 사건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어 사용하는 데 조심스럽다.”

 

성경에 나와있지 않은 ‘자살=지옥’, 개신교 전통에도 맞지 않아

 

-교계의 자살논의가 왜 ‘지옥간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보나.

 

“자살에 대해 성경에서 정확히 얘기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교리상으로도 정확히 정리가 되지 않았다. 어거스틴이나 중세 교부들의 주장을 들어 ‘지옥간다’는 것이 통설로 받아들여졌고, 개신교도 천주교의 전통을 따라 이를 받아들였다. 실제로 이러한 주장이 자살예방에 효율적인 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비성경적’이다. 성경에 나와있지 않기 때문이다. 루터도 그런 논리를 거부했다. 그러므로 개혁교회의 전통에도 맞지 않는 말이다. 오히려 천주교에서는 지난 1992년 교황청 교리를 통해 자살한 성도의 경우에도 극심한 우울증이나 질병이 있을 경우 죄를 경감할 수 있고, 장례도 교회에서 치를 수 있다고 했다.

 

그래도 ‘자살=지옥’의 논리는 넌센스다. 천국간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구원이라는 것이 우리 영역은 아니지 않나. 교회에서 이를 논리적으로 검증해야 하는데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리고 자살에 대한 신학적·목회적인 정보가 마땅히 없기 때문에 목회자들은 설교 시간에 자의적으로 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살예방을 위해 교회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책에서는 ‘한국기독교자살예방센터’ 등의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했는데.

 

“자살충동을 느끼는 이들은 터놓고 이야기할 대상이 필요한데, 성도들은 교회에서 비밀 보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제3지대’가 필요하다. 그리고 전문가가 아니면 자살충동자들이 흘리는 얘기들을 알아내기 힘든 면도 있기 때문에, 지역마다 가까운 곳에 상담소나 자살예방센터 같은 곳이 필요하다. 지역교회는 이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주보에 연락처를 기록해두는 식으로 협력할 수 있다. 자살충동자들을 만나보면 특히 40, 50대 남성들이 ‘천주교의 고해성사가 부러웠다’고 한다. 억지로라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 정서상 정신병원에 찾아가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교회들이 힘을 합해 이런 센터들을 설립해야 하고, 우울증과 자살자 유가족 치유, 자살예방 활동을 동시에 해야 한다.

 

무엇보다 목사님들의 설교 한 마디에 자살을 마음먹은 사람이 다시 살 소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살하려는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 한다. 자기가 살아야 할 이유를 하나라도 찾으면 죽지 않는다. 특히 요즘에는 10, 20대보다 40, 50대 가장들의 자살률이 늘고 있는데, 이들에게는 바른 가치관만 심어주면 자살을 막을 수 있다. 목사님들이 생명을 살리는 일에 사명감을 갖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유족들에게는 많은 사랑과 지지 필요하다

 

-유가족들의 고통도 큰 문제다. 교회가 이들을 어떻게 돌봐야 하나.

 

“자살한 집안이 계속 자살한다는 말이 있다. 유전적인 것에 원인을 찾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다. 너무 큰 충격에 빠지고 치유가 불가능한 상황이므로 도미노 현상에 빠지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무조건 붙어있는 게 중요하다. 이들을 계속해서 심정적으로 지지해주는 세력이 필요하다. 외국의 경우 유가족들은 일정기간 의무적으로 상담을 받게 돼 있다. 우리도 교회에서는 물론이고 전문기관에서 이들을 돌봐줘야 한다.”

 

-조성돈 교수는

 

독일 마부르크대에서 실천신학 박사를 받았다. 실천신대 목회신학 교수와 목회사회학연구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정재영 교수와 함께 목회사회학연구신서 <그들은 왜 가톨릭 교회로 갔을까>, <시민사회 속의 기독교회(이하 예영)> 등을 펴냈다. <그들의 자살, 그리고 우리>가 세번째 연구신서다.

 

독일에서 귀국 후 사회학에 관심이 많아 통계청 자료를 즐겨보던 조 교수는 자살률을 보고 충격을 받아 지난 2004년부터 자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왔다. 조 교수는 “솔직히 이 주제가 교회에서 환영받는 주제는 아니다”면서도 “사명감을 갖고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종교신문1위 크리스천투데이 기사 --> https://www.christiantoday.co.kr/news/199033

 

“세심한 설교 한 마디가 자살을 막습니다”

몇년 전 이은주, 유니, 정다빈 등에 이어 안재환, 장채원, 김지후, 최진실 등 유명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로 ‘베르테르 효과’의 확산이 우려되던 지난 10월, 교계에서는 감추기에 급급해왔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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